대세는 ‘백합’? 게임이 없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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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16:31144,568 읽음 비밀글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덕일지 K양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편 ‘BL’이라는 다소 마이너 영역에 있는 주제를 들고 나왔는데요. 이번 편은 BL과는 완전 대비적인 내용으로 찾아왔습니다. 바로 여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장르, ‘백합’입니다.
▼ 논란(?)의 지난 편
남자만 있는 금남의 영역(?), 여자 오덕의 ‘BL 게임’ 일지 by 게임어바웃
여러분은 ‘여성 게이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남자 게이머에게 달라붙어서 돈과 아이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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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장르’ ?
혹시 네이버 홈페이지 메인에서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나요? 매 편 5~6분의 분량과 10회가 안되는 짧은 드라마였습니다. 이 짧고 강력한 드라마의 여파로 한동안 네이버는 난리가 났었죠. 2화부터 파격적인 키스신이 등장했거든요. 그리고 청소년 불가 시청 처리되었죠.
‘백합’은 여성과 여성의 우정 및 사랑을 다룬 장르입니다. BL도 성적 취향을 가진 실제 인물들과는 다르듯이, ‘백합’이나 ‘BL’이나 서브컬처 계에서 창작하고 소비하는 장르를 주로 이야기합니다. 동성애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나 그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은 ‘퀴어’로 일컫기도 합니다. 남성끼리는 ‘게이’라고 하고 여성끼리는 ‘레즈비언’ 이라고 하는 것도 서브컬처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요.
퀴어에서 유명하다면 이 작품일까요…. ‘브로크백 마운틴’
서브컬처의 ‘백합’은 여성과 여성 사이의 우정과 애정을 일컫습니다만, ‘BL’ 보다는 좀 더 보기 편하고 접하기 쉽습니다. 소비층이 남성 쪽에 많은 서브컬처의 특징 상 ‘여캐’가 많이 나오는 작품이 많고, 남캐가 붙어 있는 것보다 여캐끼리는 소비층 입장에서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남캐끼리라면 조금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장면이지만 여캐끼리는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백합’은 꽃 이름이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한참 이 장르가 뜨기 시작했을 때는 BL(Boy’s Love)의 반대적인 느낌으로 ‘GL(Girl’s Love)’ 라는 말도 쓰긴 했는데, 요새는 잘 쓰지 않아요. 관련된 내용으로 발간되는 잡지 이름도 초창기부터 ‘백합’을 써 왔답니다.
반대로 BL도 백합과 비슷한 느낌인 ‘장미’ 라는 장르 명으로도 썼는데, 역시 잘 쓰이지 않고 있네요. 남성 게이 잡지 ‘장미족’으로부터 시작된 ‘장미’는 쓰이지 않게 됐지만, 장미족 이후에 탄생한 ‘백합’은 지금도 쓰이고 있네요.
‘장미족’ 편집장의 사설이 담긴 책(좌)과 백합 잡지 ‘유리히메’ 표지(우) 백합이 일본어로 ‘유리’ 입니다.
여하튼, ‘백합 장르’ 는 여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를 그린 장르입니다. 손 한 번 잡지 않고 감정만을 공유하는 순애적인 작품부터 하드코어 한 작품도 있습니다. 전자는 접하기 쉬운 만화나 소설 등에 자주 나타나며 후자는 많이 포진해 있지는 않지만 성인 대상의 게임에 보이는 경우가 많죠.
백합을 알고 싶다면, 애니메이션으로 가자!
이곳은 게임을 이야기하는 곳이지만, ‘백합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백합 장르’를 가장 쉽게 접하는 방법은 바로 애니메이션이거든요. 애니메이션 중에서 특히 남성 캐릭터가 적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는 작품 등에서 보기 쉽습니다. ‘백합’은 서로 눈이 맞아 두근두근하다가 사랑을 고백하고, 사귀고 데이트하는 등의 보통 순정물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 물에서 사이좋은 여성 두 명의 관계를 독자들이 백합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고, ‘연애’ 와는 상관없는 판타지 세계 같은 곳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며 캐릭터 간의 사이가 깊어지거나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감정을 보고 ‘백합 장르’ 로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은 작품의 유명세와 함께 2차 창작도 활발하죠. 2차 창작에서는 더 깊은 백합 물로 그려지기도 하고요.
일상 물과 판타지를 합치면 아마도 이 작품
백합 요소로 유명한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들. 이 외에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조금 더 고전으로 들어가 보자면 ‘소녀혁명 우테나’와 ‘세일러문’, ‘카드캡터 사쿠라’ 등의 작품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소녀혁명 우테나’는 1990년대 후반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은 만화책입니다.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한 명은 ‘왕자님이 되고 싶어 하는 소녀’, 한 명은 ‘학원 최고의 여성’인 두 소녀의 이야기를 심오하게 담고 있습니다.
‘소녀혁명 우테나’
‘세일러문’에는 대표적인 백합 커플이 등장하죠. 바로 ‘세일러 우라누스’ 와 ‘세일러 넵튠’ 이죠. ‘백합’ 이 뭔지도 몰랐던 저의 어린 시절에도 두 사람이 나오면 내심 두근두근하며 ‘우라누스는 남자인걸까?’ ‘두 사람은 커플일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네요. 실제로도 ‘변신을 풀면 남성이다’ 라던가 하는 이야기도 있어서 많은 팬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죠.
생긴 것도 굉장히 잘생겼는데, 반대로 굉장히 예쁜 넵튠과 엮이다 보니 정말 ‘눈호강’ 시키는 커플이었죠.
‘카드캡터 사쿠라’ 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특히 코믹스에서 친구인 ‘토모요’ 가 주인공인 ‘사쿠라’ 를 거의 사랑하는 감정까지 드러내죠. 하지만 토모요의 태도는 ‘저는 사쿠라가 행복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답니다.’라니, 얼마나 순애적인 백합인지 모르겠군요.
‘백합물’ 의 원조
‘백합’은 가벼운 소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서로 호감이 있거나 감정 공유를 하는 여성 사이까지도 백합으로 묶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백합’ 이라는 소재를 널리 퍼뜨린 이 작품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는 일본의 소설로, 사립 여학원에서 발생하는 여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담고 있습니다. 귀한 집 따님들만 다닐 것 같은 여학원에 다니는 아가씨들 이야기를 그린, 여성들의 ‘소녀 판타지’ 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죠. 무려 1998년부터 시작하여 2012년에 37권으로 완결되었어요. 그만큼 많은 내용과 캐릭터를 담고 있지요. 애니메이션화, 실사 영화까지 되어 ‘백합 장르’ 를 널리 알린 1등 공신(?)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타이가 흐트러졌어.” 이 대사가 유명하죠. 또, ‘고키겡요(일본어로 품격있게 인사하는 말)’도….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에서는 ‘쇠르’라는 특별한 시스템이 존재하여, 언니 여학생과 동생 여학생 사이에 일종의 ‘자매’ 를 맺어야 합니다. 이 ‘쇠르’ 시스템으로 인해 두 여학생은 다른 사람보다 더 친근한 사이가 될 확률이 높겠죠.
‘쇠르’ 가 되면 물려주는 ‘로자리오’. 이런 부분에서 여성 덕후의 소녀 마음을 자극합니다.
내용 자체에는 서로 사랑을 느낀다거나, 키스 등의 연인 행위를 하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인 두 학생 ‘사치코’ 와 ‘유미’ 도 서로 연인이라기보다는 정말 친근한 자매 사이로 보일 정도에요. 소설 내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여러 사건이나 행동으로 인해 변하고 깊어지는 ‘쇠르 사이의 유대’ 와 ‘여학교의 낭만’ 입니다. ‘백합 장르’ 는 이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주 소프트한 작품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 어떡하지…. 이렇게 가까이 있다가는….’
‘백합 게임’은 없나요?
이런, 게임 이야기인데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펼쳤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백합’을 소재로 한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여자인데 공략 캐릭터가 여성이라 백합으로 엔딩을 볼 수 있다든가, 스토리가 중심적인 게임에서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 간의 이야기가 깊게 펼쳐진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합 게임’에서 유명한 게임으로는 ‘그 꽃잎에 입맞춤을’이 있습니다. 동인 게임이지만 주인공 커플이 바뀌면서 10편 이상 발매된 게임입니다. 예쁜 그림과 파격적으로 야한 신이 특징이죠.
‘그 꽃잎에 입맞춤을’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여학생들과 여교사, 그리고 다른 무대인 간호학원의 생도들 사이의 야릇한 백합 물입니다. 한 쪽의 성별만 남성으로 바꾸면 쉽게 볼 수 있는 연애 게임이 되지만, 남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선후배 관계, 동창, 선생과 제자 등의 관계로 여러 커플들을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 꽃잎에 입맞춤을’은 그 수가 많이 없는 ‘백합 게임’ 중에서도 ‘백합 야애니’로 진출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지난 회에 이야기했던 ‘BL’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작화도 괜찮았답니다.
스팀에서 전연령판 영어 버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장르가 백합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백합 요소로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게임도 있죠. 바로 ‘라스트 오브 어스’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본편 게임이 아니라, 추가로 발매된 DLC에서 ‘백합’ 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DLC ‘Left Behind’ 에서는 본편의 중심인물이었던 ‘엘리’ 의 시점에서 플레이하는 추가 버전입니다. 본편 스토리 중간 부분을 좀 더 확장하고 ‘엘리’ 의 과거 회상도 함께 다룹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추가 DLC ‘Left Behind’
과거 회상에서 ‘엘리’ 와 가깝게 지냈던 ‘라일리’ 가 등장합니다. 자세하게 적으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리므로 서술하기는 어렵지만, 이 DLC 스토리를 통해 ‘엘리’가 동성애 성향인 것이냐에 대해서 유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도 ‘라스트 오브 어스’와 비슷하지만 본편에서 나옵니다.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는 주인공 ‘맥스’와 그의 친구 ‘클로이’ 두 사람의 관계와 사람들의 죽음 등을 통해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게임입니다. 본편에서 ‘맥스’와 ‘클로이’ 사이와 엔딩으로 인해 특히 외국 웹에서 맥스 x 클로이 커플이 꽤 인기가 높았습니다.
구글에 두 주인공의 이름을 쳤더니?!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두 게임 모두 ‘백합 게임’이라기 보다는 스토리 상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졌다고 할 수 있겠죠. 스토리의 막바지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찾는 백합 장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백합 게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여성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고 백합의 분위기를 풍기는 게임에는 PC 카드 게임 ‘소드걸스’ 가 있습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카드에는 제목처럼 오직 소녀들만 등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카드로 설명하는 스토리 내부에 적절히 연애 요소를 넣어 자연스러운 백합을 유도했죠.
삼각관계도 등장합니다. 스토리 내부에 ‘사랑’의 감정이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열린 온리전 ‘백합제’가 있다는 것을 아세요? ‘백합 장르’만을 주제로 해서 치러지는 온리전이에요. 2008년에 시작해서 2014년까지 총 4회 개최된 행사입니다. 백합을 주제로 한 동인지, 굿즈 등을 판매하고 같이 나누는 행사입니다.
한국의 커져가는 웹툰 시장에 맞추어 외국 작품뿐만 아니라 점차 우리나라 작품의 창작물들도 꽤 볼 수 있었고, 한국 유일하다 싶이 한 백합 비주얼 노벨 게임 ‘탐정뎐’도 이 백합제에서 첫 등장했답니다.
‘탐정뎐’
‘탐정뎐’은 동인 팀에서 제작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백합 비주얼 노벨로, 남장하고 탐정 일을 하는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게임입니다. 처음엔 PC판으로 제작되었으나 심의 등의 이슈로 인해 단종되어 버리고, 모바일로 이식된 판을 현재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탐정뎐은 추리 게임의 성격이 강하고, 백합 요소가 조금 들어가 있는 정도입니다.
최근에 인기 있는 ‘러브라이브’나 ‘아이돌마스터’처럼 주요 인물들이 여성 캐릭터이기만 한 콘텐츠는 2차 창작 부분에서 ‘백합 장르’가 많이 퍼졌습니다. 백합이 꼭 ‘여성 덕후가 즐기는’ 장르라고 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두 작품의 커플들은 모두 여성이지만 남성에게 인기가 더 높으니까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는 ‘백합 장르’ 이지만, 아직 게임 쪽으로는 큰 손을 뻗지 못 했습니다. ‘BL’과 마찬가지로 이런 마이너 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큰 게임 회사보다는 동인 게임팀이 많은데, ‘탐정뎐’ 의 PC판 같은 경우 게임등급 위원회와 마찰이 있어 제대로 홍보하고 배포되기도 전에 사그라들어 버렸거든요.
다행히 이후 ‘탐정뎐’ 만큼 퀄리티가 좋은 후속작을 내고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요.
이야기가 조금 진지하게 되어버렸습니다만, 소녀의 낭만, 여성 간의 우정 아닌 사랑 아닌 감정을 이야기하는 장르, ‘백합’ ! 부드럽고 아름다운 백합 향기, 어디서 나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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